확증편향이란? 내가 믿는 것만 보이는 이유와 일상 속 예시

한번 ‘저 사람은 일을 대충 한다’고 생각하고 나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그 사람이 실수하면 “역시”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고, 일을 잘 해내면 “이번엔 운이 좋았네” 하고 넘어갑니다. 같은 사람의 같은 하루를 보면서도 처음 품은 생각을 지지하는 장면만 또렷하게 남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경향을 확증편향이라고 부릅니다. 확증편향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실험에서 드러났는지, 일상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그리고 조금이라도 덜 휘둘리려면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확증편향이란 무엇인가요?

확증편향은 내가 이미 믿고 있는 것과 맞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어긋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깎아내리는 경향을 말합니다. 정보를 찾을 때도, 해석할 때도, 기억할 때도 같은 방향으로 기울어집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뇌가 게을러서라기보다 효율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쏟아지는 정보를 모두 꼼꼼히 따질 수 없어서, 이미 가진 생각의 틀에 맞춰 빠르게 판단하는 쪽을 택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모습을 두고 사람을 ‘인지적 구두쇠’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확증편향은 수많은 인지 편향 가운데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찾을 때, 해석할 때, 기억할 때

확증편향은 한 번에 일어나는 실수라기보다, 정보를 다루는 세 단계에 고루 스며 있는 습관에 가깝습니다.

  • 찾을 때는 검색창에 ‘커피가 몸에 좋은 이유’처럼 답을 정해 둔 질문을 넣습니다. 같은 궁금증이라도 ‘커피가 몸에 나쁜 이유’로는 좀처럼 검색하지 않습니다.
  • 해석할 때는 똑같이 애매한 자료도 내 편에 유리하게 읽습니다. 내 생각과 맞는 연구는 믿음직해 보이고, 반대 연구에서는 허점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 기억할 때는 예감이 맞았던 순간이 오래 남고 빗나간 순간은 쉽게 잊힙니다. 그래서 ‘내 촉은 잘 맞는다’는 믿음이 생각보다 쉽게 굳어집니다.

2-4-6 실험이 보여 준 것

확증편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연구가 있습니다. 1960년 영국의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Peter Wason)은 참가자들에게 ‘2, 4, 6’이라는 숫자 묶음을 보여 주고, 이 묶음이 따르는 규칙을 알아맞혀 보라고 했습니다. 참가자는 숫자 세 개를 직접 만들어 제시하고, 그때마다 규칙에 맞는지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참가자가 ‘2씩 커지는 짝수’라는 짐작을 세운 뒤 8, 10, 12처럼 그 짐작에 들어맞는 숫자만 계속 시험했습니다. 정작 규칙은 작은 수에서 큰 수로 커지기만 하면 되는 훨씬 넓은 것이었습니다. 자기 짐작이 틀렸는지 확인해 볼 숫자는 거의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맞다’는 대답만 거듭 들으며 틀린 규칙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된 것입니다.

1, 2, 3이나 5, 10, 20처럼 짐작에서 벗어난 숫자를 한 번만 넣어 봤어도 금방 드러났을 차이였습니다. 맞는 사례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틀릴 수 있는 사례를 시험하지 않으면 생각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습니다.

일상에서는 이런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확증편향은 실험실 밖에서 더 자주, 더 조용히 작동합니다. 이런 장면에 익숙하다면 이미 겪어 본 것입니다.

  • 마음에 드는 주장을 담은 기사는 끝까지 읽고, 반대 의견은 제목만 보고 넘깁니다.
  • 산 주식이 오를 근거는 열심히 찾아보면서 내릴 신호는 ‘일시적’이라고 해석합니다.
  • 믿고 싶은 건강 정보는 후기 몇 개로도 확신하고, 반박하는 설명은 의심부터 합니다.
  • 연인의 짧은 답장을 ‘식었다’는 증거로 읽고, 다정했던 순간은 기억에서 흐려집니다.
  • 회의에서 내 기획의 장점은 크게 보이고, 동료가 짚은 위험은 사소해 보입니다.

추천 알고리즘이 있는 화면에서는 이 경향이 더 강해지기 쉽습니다. 내가 자주 누르는 쪽의 정보가 계속 쌓이면서, 반대편의 이야기는 점점 보이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똑똑한 사람도 빠질까요?

확증편향은 지식이 부족하거나 생각이 좁은 사람에게만 생기는 결함이 아닙니다. 교육 수준이나 전문성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자동으로 일어나는 정보 처리 방식입니다.

오히려 아는 것이 많을수록 더 교묘하게 빠지기도 합니다. 그럴듯한 근거를 찾아내고 자기 결론을 정당화하는 능력도 함께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객관적인 편’이라는 자신감이야말로 가장 먼저 의심해 볼 대목입니다.

인지부조화와는 어떤 관계일까요?

믿음이 반박당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과 눈앞의 증거가 부딪칠 때 생기는 이 불편함을 인지부조화라고 합니다.

확증편향은 이 불편함을 피하려는 마음과 맞물려 있습니다. 반대 증거를 마주하지 않으면 생각을 바꿀 일도, 불편할 일도 없으니까요. 결국 우리는 객관적인 사실보다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정보 쪽으로 손을 뻗게 됩니다.

확증편향을 줄이는 질문

확증편향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결정을 내리기 전에 몇 가지 질문을 습관처럼 던지면 기울어짐을 꽤 줄일 수 있습니다.

  • “내 생각이 틀렸다면 무엇이 보여야 할까?” 하고 반대 증거를 먼저 정해 둡니다.
  • 같은 주제를 나와 다른 입장에서 쓴 글을 일부러 하나 찾아 끝까지 읽습니다.
  • 중요한 회의에서는 한 사람에게 일부러 반대 의견을 맡겨 봅니다.
  • 판단 기준을 결과를 보기 전에 미리 적어 두고, 나중에 그 기준대로 평가합니다.
  • 공유하고 싶은 기사가 생기면 하루 정도 두었다가 다시 읽어 봅니다.

확증편향은 안다고 해서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나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지 않나?’ 하고 한 번 멈춰 묻는 습관은, 판단이 한쪽으로 쏠리기 전에 붙잡아 주는 작은 브레이크가 됩니다.

사람의 판단을 흔드는 심리 효과는 확증편향 말고도 많습니다. 광고와 마케팅에서 자주 쓰이는 효과들은 마케팅에 쓰이는 심리 효과 모음에서 하나씩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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